대장 질환의 가족력이 있는데다가, 최근 배변 상태가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어 생애 최초로 대장 내시경을 받아보기로 했다.
먼저 병원에 가서 대장 내시경 검사비를 여쭤보니, 수면으로 할 경우 10만원 즈음인데, 내시경을 하다가 용종(장내에 돋아난 돌기)을 발견해 떼어내고 조직검사를 보내면 개수 당 추가요금이 발생하니 대략 넉넉히 20만원쯤(최대 비용)예상하고 오라고 설명해 주셨다. (비수면은 보험 적용되어 더욱 저렴.)
그 다음날 가서 예약을 했다.
대장 내시경은 원래 대장을 싹 비우기 위한 3일의 식이조절 준비기간이 있다. 제일 먼저 3일간 먹지 말아야할 음식, 먹어도 되는 음식표를 주신다.
씨있는 과일, 줄기가 질긴 채소, 해조류, 잡곡 류 등 내장에 오래 남아있는 음식은 먹으면 무조건 안된다. (김치도, 김도, 열무 김치도, 깨쳐진 빵도, 잡곡밥도, 아무튼 평소에 먹던 건 다 안된다.)
대신 흰밥, 흰죽, 두부, 생선, 찐달걀, 카스테라, 이온 음료 등 지정된 부드러운 음식만 먹어야 한다. (참고로 주인장은 흰밥에 간장 찍은 두부와 꽁치 구이를 먹었다. 꽁치 구이와 간장 조합을 추천한다.)
식이조절 첫째날 둘째날은 음식을 못먹는 것이 아니라서, 커다란 어려움은 없다. 습관적으로 먹던 음식을 먹으려는 행동만 주의해주면 된다. (김치랑, 김에 손이 가려고 할 것이다. 편의점도 들어가고 싶고.)
2일차 밤과 3일차인 검사 전날 아침 위 사진에 나오는 변비약을 먹어 변을 무르게 한다. (둘코락스에스장용정, 마그밀정) 관장약이 아닌 변비약이라 먹고 나서 쏟아지는 게 아니라 복용 후 한참 뒤 배변 할 때 부드럽게 나오는 정도이다.
가장 중요한 검사 바로 전날(3일차 되는 날)에는 아침과 점심을 오후 1시까지 먹고 금식 한다. (3일차 아침 점심은 흰죽이나 흰쌀밥에 간장, 카스테라 밖에 식사를 못한다. 최후의 식사니까, 주인장은 달달한 카스테라와 우유를 먹었다.)
검사 전날 오후 5시 부터는 이제 소문으로만 듣던 관장 타임을 시작한다. 주인장은 조미료 맛이나 플라스틱 맛 관장약을 받으신 분들과 달리 상큼한 오렌지 맛처럼 보이는 피콜렙 산을 받았다.
대신 이 약은 맛이 좋은 대신 복용 횟수도 더 많고, 물도 더 많이 마셔야 하는 듯 하다.
대장 내시경 받는 사람이 좋은 일로 검사를 받을 일은 없을 것이고, 기분이 좋을리도 만무하다. (근심 걱정 가득.)
이런 약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도 유쾌하지 못했는데 저 쪼끄맣고 어설픈 오렌지 캐릭터를 보니 잠시 헛웃음이 나오고 소소한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피콜랩 산은 물에 타서 먹는 오렌지 향이나는 흰색의 가루약으로, 1리터 이상의 대량의 물과 함께 3번을 먹어야 한다.
그래서 생수를 2리터 짜리 3병을 사놓았다. (너무 배고프면 포카리스웨트를 마셔도 된다고 하셔서 그것도 사서 마셨다. 단 개인적으로 공복 혈당을 잴 때 영향을 주는 듯 하니 참고하자.)
주인장은 오전 검사라 검사 전날 오후 5시, 오후 8시 두번을 관장하고 잔 뒤, 검사 당일 새벽 6시에 한번을 마지막으로 관장하였다. (드디어 관장 타임)
흰색 가루를 넣고, 차가운 물을 점선까지 부은 뒤, 3분간 계속 저어준다. 이 때 절대 주의 할 것은 가루채로 먹으면 식도와 위에 화상을 입는다는 것이다. 뭉침없이 완벽하게 물에 녹여서 마셔야 한다. (일반 가루 약처럼 가루 먼저 마시고 물 털어 넣으면 난리나니 절대 주의.)
맛은 오렌지맛 탄산수 같은 느낌으로 관장약은 맛이 역하지 않다. 다만 물을 저 컵에 가득히 따라 5번을 먹어야 한다. 2리터 짜리 물병 세 개를 한번 관장 할 때 마다 2시간 안에 한 병씩 마셔야 한다. (마트에서 파는 생수 제일 큰 것.)
1회차에는 엄청난 양의 물을 마시는 자신이 놀라워서 얼떨떨하게 넘어가진다. (한참 뒤 배가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나고, 액체변이 쏟아진다. 화장실을 가다가 변실금이 일어날 정도로 조절을 못할 정도는 아니다. 다급한 물 설사 느낌, 대변량은 사람에 따라 다르나 먹은 게 별로 없으니 의외로 많지 않다. 다만 마신 물은 그대로 다 나온다.)
그러나 2회차 부터는 먹은 것도 부실하고, 공복이 된데다, 설사까지 쏟았으니, 헛배도 부르고, 약간의 탈수로 어지럽다. (먹은 것이 많지 않은데다, 이미 몇 차례 비워냈으니 배설물이 나오진 않는다. 노란물이 주로 주르륵 흐른다.)
2번째 관장이 끝나면 아침이 될 때까지 편안하진 않겠지만 푹 쉬거나 자면 된다.
새벽에 일어나서 마시는 3회차에서는 자다가 깨서 아무 식욕도 없는데 물을 5컵 먹어야 하니 많이 버겁다. (약은 맛있는데 생수가 버겁다. 전날 밤에도 빈 속에 한가득 10잔 마셨으니...)
마지막 잔을 마실 때는 헛구역질이 날 뻔 했지만 그래도 관장을 덜해서 대변이 장에 남아있는 것보다는 마시는 게 났겠다 싶은 마음으로 다 마셨다.(뒤로 쏟아내면 마신 물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헛배에 물이 가득차서 토할 것 같은 거부감도 빠르게 사라진다.)
대장내시경 대변 색깔은 마지막 관장시에도 연한 노란색이다. 병원에서 하는 지시에 따라 식이조절을 하고 관장 하는 법도 지켰다면 색깔 보다는 건더기가 아예 안나오면 되는 듯 하다. (약품에 따라 맑은 색이 나온다는 사람도 있다.)
여기까지 하신 분들은 관장을 클리어 한 것이므로 병원에 올 때 마시라고 주신 이 물약을 먹고 병원으로 향하면 된다.
병원에 도착하면 혈압을 재고, 당 체크를 한 뒤 (안아프니 안심 할 것.)
대장 내시경 할 때 알아야 할 주의 사항 및 동의서를 작성한다. 수액을 맞는 이유와 아주 최악의 경우 장천공 등이 일어날 수 있음에 관한 동의서이다.
그런 다음 위 그림과 같은 엉덩이가 뚫린 바지를 속옷이랑 양말을 벗고 입는다. 곧 타인에게 항문을 드러내야 해서 부끄러울 것 같은데 밤새 폭풍 액체변을 쏟아 낸 뒤라 탈진 직전이어서 그냥 빨리 검사를 끝내고 싶어진다. (기운 샘솟는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도 간절하다.)
소지품을 락커에 넣고 엉덩이가 뚫린 바지를 입고 대기를 하면 간호사 님이 수액을 맞춰주신다. 약간 따끔 하지만 포도당 수액이 들어오니 탈수 상태의 몸이 편안해진다. (수액은 갑자기 생각보다 오래 수술 해야 할 상황이나 위급 상황이 발생 할 때를 대비해 미리 맞는 것이라고 하셨다.)
내시경실에 들어가면 한쪽 벽을 보고 무릎을 가슴에 끌어 당긴다. 특수한 바지라 그냥 바지 입고 옆으로 쪼그려 누운 느낌이다. (엉덩이를 까고 쪼그리는 굴욕적인 느낌이 안든다.)
그럼 간호사님이 호스가 잘 들어가도록 윤활젤을 바르시고, 수액에 수면 유도제를 주사한다.
그럼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호스로 검사를 하시는데 처음 내시경 호스가 들어갈 때와 배 깊이 넣을 때, 이물감과 통증이 약간 있지만 금방 적응이 되서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 (포즈를 한번 바꿔야 하는데, 이미 볼 것 다 본 사이라 부끄럽진 않다.)
뽑을 때는 전혀 아프지 않고 검사가 '이제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이 든다. 반수면의 경우 조금 고통이 덜하게 느껴지는 정도로 비수면과 이물감은 거의 흡사하다. (위 내시경을 비수면으로 할 정도면 그에 절반도 고통이 별로 없다. 단 호스가 들어가는 부위가 똥고란게 깨름직 할 뿐.)
그런 뒤 회복실에서 수액을 다 맞고, 간호사님께 처치를 해달라고 한 뒤, 의사 선생님과 장기의 상태에 관련한 상담을 나누면 된다.
결론을 말하자면
빈 속에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조금 버겁다, 약간 어지럽다, 엉덩이 까는 건 막상 부끄럽지 않다, 배에 넣을 때 쪼금 이물감 있는데 금방 괜찮아진다. 정도가 대장 내시경을 해본 첫 경험 소감이다.
현재 의학 기술로는 내시경으로 직접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한 대장 검사 방법이라고 하니, 다들 어려워 마시고 검사 받아서 대장 질환 예방 및 치료하시길 바래본다.
p.s 주인장은 걱정했던 대장은 큰 문제가 없었으나 병원에 방문해서 관리를 잘 해야하는 다른 질병을 발견했다. 질병이 있다는 건 속상 할 일이지만 그러나 검사를 안해봤다면, 그런 줄도 모르고 살다가 더 심각해졌을 것이다. 검사 결과가 좋지 않은 분은 최대한 병을 빨리 발견했으니 이제부터 치료 및 관리를 잘 해야겠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다.
참고: 내시경 후 나오는 방구가 나온다. 내시경 하면서 주입한 공기가 빠져 나오는 것이라 간호사 님들도 다 이해하시니 부끄러워 말자. (원래 방구가 나오는 것.)
대장 내시경 후에는 되도록 이틀간은 죽이나 부드러운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간호사님이 알려주셨다. (결과가 좋다고 바로 불닭이나 삼겹살 먹으러 가면 안된다.)